APAC Living · 2026
INSTITUTIONAL RESEARCH · APRIL 2026 LONGFORM ESSAY · READ TIME ≈ 18 MIN
The 2026 Outlook

왜 지금,
Living인가

축소하는 국가, 성장하는 도시.
열여덟 곳의 글로벌 리서치 기관이 같은 곳을 가리킨 2026년, 아시아·태평양 주거 섹터의 구조적 전환을 도시경제학의 시선으로 읽는다.

Framework: Alonso-Muth-Mills · Marshall-Arrow-Romer · Glaeser-Gyourko · Tiebout Coverage: 7 markets · 9 gateway cities
서문 · THE QUESTION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제 질문은 'Living이 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디서, 왜, 어떻게'다.

2025년 가을, 글로벌 부동산 업계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부동산 컨설팅 시장에서 경쟁하는 CBRE와 JLL, 투자 스타일이 다른 Blackstone과 Nuveen, 지역 기반이 다른 PGIM과 Hines 등—세계적인 리서치·투자기관 열여덟 곳이—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APAC Living을 포트폴리오 '핵심 자산 배분(core asset allocation)'으로 편입해라.

Blackstone은 2026년 포트폴리오 자산가치의 27%를 멀티패밀리와 어포더블 주거에 담았다고 밝혔다.4 Hines는 2026년 전망 보고서에 〈Cleared for Takeoff〉라는 제목을 달고 "선진국 가구의 80%가 구매보다 임대 쪽으로 기울었다"고 언급했다.5 JLL은 2026년 글로벌 Living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 2,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고,1 PGIM이 〈2026 Best Ideas〉에 남긴 한 줄은 더욱 분명했다. Global Living: Tapping into Structural Growth—글로벌 Living, 구조적 성장에 올라타라.6

출발점이 서로 다른 분석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럴 때는 '합의'라기보다 '수렴'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그리고 수렴이 일어난 자리에는 대체로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가 깔려 있다. 지금 APAC Living 섹터가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250B+1
2026 글로벌 Living 투자JLL 전망치
+130%2
APAC 자본 모집2024년 대비
33%2
크로스보더 비중2019년 이후 최고치
<0.3%3
한국 기관 MF 재고성숙시장은 5-10%

이 리포트가 파고드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하필 지금, 이렇게나 많은 자본이 APAC Living 섹터로 흘러드는가. 그리고 그 자본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답의 실마리는 세 갈래의 변화에 있다. 가구의 모양새가 달라졌고, 공급의 문이 굳게 닫혔으며, 자본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이 글은 세 변화를 차례로 따라간 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경제학자들이 정교하게 다듬어놓은 도시경제학이 지금의 장면을 어떻게 풀어주는지 들여다본다. 오래된 이론이 새로운 현상을 잘 설명할 때가 많다. 고전은 보편적 원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다른 분석이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날 때,
그 현상은 대체로 구조적이다.

세 가지 변화 · THE THREE SHIFTS

가구, 공급, 그리고 자본

구조적 변화는 한꺼번에 들이닥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층위에서 제각기의 속도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그림으로 겹쳐질 뿐이다.

첫 번째 변화는 가구에서 시작됐다.

서울 강남의 원룸, 도쿄 시부야의 1K 아파트, 시드니 CBD의 스튜디오. 풍경은 달라도 그 안의 인물은 닮아 있다. 결혼하지 않은 30대, 이혼한 40대, 홀로 있는 노인이 각자 한 세대를 이룬다. 그리고 이들의 비중이 해마다 놀라운 속도로 늘어난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에서 2023년 41.5%까지 올라섰다.7 불과 8년 사이에 14.5%p 상승한 셈이다. 서울만 떼어놓고 봐도 같은 기간 29.5%에서 39.3%까지 뛰었다.7 일본은 이미 38%, 호주는 26%, 홍콩은 20%를 통과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거의 모든 APAC 선진 경제권에서 1인 가구는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가구 유형이다.

이 숫자가 말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전체 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다.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섰지만, 가구 수는 2050년까지 꾸준히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시경제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붙인 이름이 있다. Shrinking nation, growing city—축소하는 국가, 성장하는 도시.

더 눈여겨볼 대목은 1인 가구의 구성이다. 한국의 20~40세 1인 가구는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다. 집을 '사는' 단계를 유예하거나 아예 접어두고 임대시장에 오래 머문다. M&G Investments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인구 9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대로 산다.3 한국만의 사정도 아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 소유가 아닌 임대 쪽에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정리하면 이렇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들이 임대시장에 오래 머무르며, 대도시로 빨려 들어간다. 수요의 밑그림은 그만큼 또렷하다.

Hines의 2026년 보고서가 제시한 숫자가 인상깊다. 자체 분석한 선진국 시장에서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 구매보다 임대 쪽으로 모멘텀을 보인다."5 임대가 '차선'이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변화는 공급 쪽에서 일어났다.

이 대목에서는 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의 이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0년대 초, 그는 동료 조지프 기우르코(Joseph Gyourko)와 함께 '주택 공급 탄력성(housing supply elasticity)'이라는 개념으로 부동산 시장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공급 탄력성(ε_s)은 개념 자체가 단순하다. 가격이 1% 오를 때 공급이 몇 % 늘어나는지를 재는 지표다. 이 값이 1에 가까우면 가격이 오르는 만큼 공급이 따라붙으며 시장이 알아서 균형을 찾는다. 그런데 수치가 0.3 아래로 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요 충격의 70% 이상이 그대로 가격과 임대료로 전이된다. 공급이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APAC 주요 게이트웨이 도시의 탄력성을 뽑아보면 결과가 제법 놀랍다. 도쿄 0.3~0.5, 서울 0.2~0.4, 홍콩 0.1~0.3, 싱가포르 0.3~0.5. 하나같이 구조적으로 비탄력적인 시장이다. 반면 상하이는 0.8~1.2, 뭄바이는 0.6~1.0으로 탄력적인 축에 속한다.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이유는 도시마다 다르되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서울은 2020년 이후 30~50% 뛴 공사비와 이미 역사적 고점을 찍은 토지가, 여기에 취득세·보유세·양도세로 얽힌 세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규 공급의 경제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도쿄는 이미 고밀도로 굳어버린 토지 위에서 건설비가 발목을 잡고, 홍콩은 토지 자체를 정부가 독점하며 공급 속도를 통제한다. 싱가포르는 계획 당국이 수요에 맞춰 공급을 짜맞추는 체계다. 공급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물리적 제약만도, 규제만도 아니다. 비용·세제·정책이 서로를 누르며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APAC 공급 탄력성 스펙트럼
0.1-0.3
홍콩
정부 토지 독점 · 보유세
0.2-0.4
서울
공사비·토지비 급등 · 세제 부담
0.3-0.5
도쿄·싱가포르
건설비 · 계획 공급 조절
0.8-1.2
상하이
정부 주도 대규모 공급

공급은 꿈쩍하지 않는데 수요는 구조적으로 불어난다. 임대료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경제학 교과서의 첫 장에 이미 적혀 있다.

세 번째 변화는 자본의 주체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APAC Living 시장에서 자본을 움직이는 손은 도시마다 다르다. 도쿄는 디벨로퍼의 손, 싱가포르는 공공의 손, 호주는 글로벌 기관의 손에 자본이 놓인다. 서울은 오랫동안 '전세'라는 이름의 사금융이 시장을 움직였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보증금이라는 무이자 대출을 주고받으며 수십 년간 도시의 임대시장을 떠받쳐온 독특한 자본 구조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이 전세의 틀이 균열을 일으키며 월세 중심의 현금흐름 모델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21 자본의 얼굴이 바뀐다는 것은, 시장의 성격 자체가 뒤바뀐다는 뜻이다.

2025년 8월, 서울 마곡동에 낯선 간판이 하나 걸렸다. The Living Company Korea. 호주 최대 주거용 부동산 그룹이 한국 법인을 차린 것이다.9 두 달 앞선 7월에는 세계 1위 임대주택 운영사 Greystar가—운용자산 790억 달러에 전 세계 110만 세대를 굴리는 회사가—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8 Morgan Stanley와 KKR, Hines 역시 수년째 한국 시장을 공공연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이 따로 움직이다가 같은 결론에 가 닿은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공략하는 진입점이다. 한국 시장 자체의 개방이 아니라, 국내 기관 자본이 주저하는 사이 비워진 '공백'이 이들의 타깃이다.

한국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일 뿐, 비슷한 장면은 APAC 전역에서 되풀이된다. 호주에서는 BTR(Build-to-Rent)이 한때의 틈새 상품에서 주류 기관 자산군으로 올라섰고, 일본 멀티패밀리는 글로벌 코어 전략의 '인컴 앵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Colliers 집계에 따르면 APAC에 몰리는 자본 모집 규모는 2024년 대비 130% 이상 늘었고, 전 세계 신규 자본의 11%가 APAC을 향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자본의 비중은 2019년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치솟았다.2

자본은 꾸밈이 없는 지표다. 자본이 대규모로, 꾸준히, 새 지역 법인까지 세우며 움직일 때, 그 배후에는 구조적인 변화가 숨어 있다. 바로 앞서 살펴본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그리고 여기에 세 번째 축이 더해진다. 자본의 주인이 바뀐다는 축이다. 이것이 2026년 APAC Living을 '신흥'에서 '핵심'으로 옮겨놓는 마지막 퍼즐이다.

공급은 꿈쩍하지 않고
수요는 구조적으로 밀려오니,
임대료의 향방은 이미
교과서 첫 장에 적혀 있다.

이론 · THE LENS

오래된 이론이 가장 새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앞서 살펴본 세 변화를 한 줄에 꿰는 프레임이 있다. 도시경제학이다.

1964년,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알론소(William Alonso)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단순한 공식 하나를 세상에 내놓았다.10

R(d) = R₀ − t · d + ε

도시 안 어느 지점의 임대료 R은, 중심업무지구(CBD)의 임대료 R₀에서 CBD까지의 거리 d에 통근비용 t를 곱한 값을 뺀 결과다. 여기에 그 동네만의 어메니티·학군·치안 수준 ε이 더해져 최종 임대료가 정해진다. 이른바 '알론소-뮤스-밀스(Alonso-Muth-Mills) 지대입찰 모형'으로 불리는 이 공식은 지난 60년간 도시 부동산을 해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었다.

이 모형이 지금 한국과 일본의 Living 시장에 던지는 함의는 선명하다. 통근비용 t가 큰 도시—다시 말해 출퇴근이 길고 고단한 도시—에서는 CBD에 가까운 멀티패밀리의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그리고 서울은 세계에서 통근비용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강남과 상계동의 실질 통근시간 격차, 그리고 그 격차가 빚어내는 임대료의 기울기가 서울 원룸·멀티패밀리 투자의 토대다.

다만 알론소 모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비싼 도시로 굳이 몰려드는가. 이 질문에는 19세기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shall)이 이미 1890년에 답을 내놓은 바 있다.11

마셜은 산업이 특정 지역에 모이면 세 가지 이유로 생산성이 오른다고 봤다. 첫째, 지식의 스필오버(knowledge spillover).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 배움이 자연스럽게 번진다. 둘째, 노동시장 풀링(labor pooling). 인재와 일자리가 맞아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투입재 공유(input sharing). 전문 서비스와 공급망을 여럿이 나눠 쓴다. 세 효과를 한데 묶어 현대 경제학자들은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ies)'라 부른다.

실증 연구들은 인구 집적이 두 배가 되면 1인당 생산성이 약 4~8% 오른다고 본다.12 작은 숫자처럼 보여도 누적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은 부산보다 집적도가 2.8배 높고, 여기서 나오는 생산성 프리미엄은 대략 4.5%로 추산된다. 이 프리미엄은 결국 임금으로 환산되고, 임금은 다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구매력으로 옮겨 붙는다. 서울로 몰려드는 것은 '사람'이라기보다 '고임금 일자리'이며, 그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수위도시(primate city) 구조를 가진 나라에 속한다. 수도권 한 곳이 국가 인구의 절반, GDP의 52%를 차지한다.7 일본(도쿄권 36%)이나 호주(시드니·멜버른 합산 40%)보다 쏠림의 강도가 확연히 크다. Living 섹터 투자의 관점에서 이 사실이 갖는 함의는 가볍지 않다. 서울 바깥의 한국 도시 Living 투자는 사실상 다른 종목이다.

세 번째 이론인 글레이저의 공급 탄력성은 앞 장에서 다뤘으니 건너뛰자.13 네 번째는 찰스 티부(Charles Tiebout)가 1956년에 제시한 모형이다. 티부는 "사람들이 세금과 공공서비스의 조합, 이른바 번들(bundle)을 따져 거주지를 고른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이 행위를 "발로 투표한다(voting with feet)"고 표현했다.14

오늘날의 기관 Living 운영자—Greystar, Cortland—는 티부가 말한 공공재와 닮은꼴인 '사적 공공재 번들'을 상품으로 패키징해 판매한다. 컨시어지 서비스, 공용 헬스장, 코워킹 공간, 24시간 보안, 커뮤니티 프로그램, 거기에 브랜드 신뢰도까지. 이 번들의 수준이 임대료 프리미엄을 결정한다. 한국에서 기관이 운영하는 코리빙 건물이 인근 개인 임대보다 20% 넘게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사실은, 티부의 모형이 상업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네 이론을 한자리에 펼쳐놓으면, 지금 APAC Living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현상이 설명된다. 알론소는 왜 CBD 프리미엄이 벌어지는지를, 마셜은 왜 사람들이 그 비싼 곳에 모여드는지를, 글레이저는 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지를, 티부는 왜 기관 운영자가 임대시장을 재편하는지를 각각 일러준다.

오래된 이론이 가장 새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좋은 이론의 오래된 미덕이다.

FIGURE 01 · URBAN ECONOMICS SCORE

아홉 도시, 하나의 척도

집적경제와 공급 비탄력성, 인구 적합성, 제도 성숙도, 자본 유동성, 정책 안정성. 이 여섯 지표를 각각 1~5점 척도로 평가해 합산한 UES는, 어느 도시가 Living 섹터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지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해 보여준다. 25점을 넘으면 Tier 1이다.

Tier 1 (25+) — Mature Core Tier 2 (20-24) — Institutionalizing Tier 3 (15-19) — Developing
도쿄 29, 서울 25, 싱가포르 25, 오사카 25, 시드니 23, 멜버른 22, 홍콩 21, 상하이 18, 뭄바이 17.

도쿄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만점에 가까운 29점을 받아 독보적이다. 서울·싱가포르·오사카가 나란히 25점으로 Tier 1에 동률로 들어섰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이다. 제도 성숙도에서 3점에 그쳤는데도 Tier 1에 올랐다. 이것이 바로 '구조적 잠재력'이라는 말의 실체다.

Source · 저자 자체 산정. 기초 데이터는 CBRE · JLL · Savills · Colliers의 2026 APAC Living Outlook을 활용 [1, 16, 20]

FIGURE 02 · SUPPLY ELASTICITY

공급이 멈추면, 임대료가 움직인다

글레이저-기우르코 프레임워크를 APAC 주요 도시에 적용해봤다. 가로축은 공급 탄력성(ε_s), 세로축은 모델이 추정한 5년 누적 임대료 프리미엄이다. 두 변수는 거의 완벽한 역(逆)의 관계를 그린다.

공급탄력성이 낮을수록(서울·홍콩·도쿄) 임대료 프리미엄이 높고, 탄력성이 높을수록(상하이·뭄바이) 프리미엄이 낮다.

홍콩은 탄력성 최저점(0.2)에 프리미엄 최고점(42%)을 찍는다. 그다음이 서울이다. 정반대편에는 상하이가 자리 잡는다. 정부가 언제든 공급을 탄력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시장에서는 임대료 프리미엄이 잘 쌓이지 않는다.

Source · Glaeser & Gyourko 공급 탄력성 프레임워크를 APAC 주요 도시에 적용한 저자 추정치 [13]

시장 · THE MARKETS

자본의 주인이 시장을 가른다

APAC의 대도시 Living 시장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시장마다 누가 자본을 주도하는지가 다르고, 현금흐름이 설계되는 방식이 다르며, 그 결과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프레임을 바꾸면 풍경이 바뀐다.

그동안 APAC 시장 분석은 대개 '성숙도'의 언어로 진행돼왔다. Mature, Institutionalizing, Developing. 이 분류는 유용하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질문에는 잘 답하지 못한다. "이 시장에서 돈은 누구 손에서 움직이는가." 자산을 배분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논리는 무엇이고, 그 결과 시장은 어떤 특성을 띠는가. 이 세 질문의 답이 시장을 갈라놓는다.21

네 도시를 이 3축으로 다시 보면 각자의 색깔이 뚜렷해진다. 도쿄에서는 부동산 디벨로퍼가 자본을 모으고 굴린다. 서울에서는 '전세'라는 이름의 사금융 구조가 개인 자본을 엮어왔고, 지금은 그 틀이 월세 중심으로 바뀌는 중이다. 싱가포르는 공공이 공급과 자본을 함께 쥐고 있다. 호주는 글로벌 기관 자본이 각축을 벌이는 무대다. 같은 'Living 섹터'라는 이름 아래에서, 네 시장은 사실상 다른 자산군에 가깝다.

FIGURE 03 · MARKET ARCHITECTURE

네 도시, 네 개의 자본 논리

자본배분 · 현금흐름 · 시장 특성 — 3축 비교 프레임

KR

서울전세라는 사금융이 주도하는 시장

자본배분
기관이 아닌 개인 자본(갭투자)이 주도. 정부는 '공공임대'와 '역세권 시프트' 등으로 민간 자본의 흐름을 특정 노드로 유도해왔다.
현금흐름
'보증금'이라는 무이자 대출로 자본을 조달하며, 현금흐름보다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극도로 편향된 모델. 월세화가 진행되며 현금흐름 중심 모델로 체질이 바뀌는 중.
시장특성
정책(금리·임대차법)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음. 최근 정부 정책 변화로 민간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국면.
SG

싱가포르공공이 공급과 자본을 통제하는 시장

자본배분
국가개발부와 HDB가 토지 공급부터 자금 조달까지 통제. 자본을 '사회적 안정'이라는 목표에 최우선으로 배치한다.
현금흐름
'자산 소유의 대중화'를 통해 국가 전체의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는 구조. 거주자는 적정 비용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국가는 지속가능한 관리비용(OpEx) 체계와 중앙적립펀드(CPF)를 적극 활용한다.
시장특성
이론상 99년 토지임대가 끝나는 시점에 가치가 0이 되는 구조. 주택 가격은 확정적으로 소멸하는 사용권에 정책·도시 이벤트 옵션이 얹힌 금융상품으로 해석된다.
JP

도쿄부동산 디벨로퍼가 주도하는 시장

자본배분
J-REIT와 대형 부동산 법인(Mitsui Fudosan · Mitsubishi Estate · Tokyu Land 등)이 주도. 노후 자산을 전문 서비스가 제공되는 임대주택으로 전환해왔다.
현금흐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월세 기반의 상업용 부동산. 저금리 환경을 활용한 수익률(스프레드 차이) 극대화 전략, 운영관리 효율성이 수익의 본질.
시장특성
외곽의 자본은 소멸하고 도심의 자본 밀도는 계속 높은 상태를 강화하는 양극화 시장.
AU

호주글로벌 자본이 경쟁하는 시장

자본배분
글로벌 IB와 연기금이 Build-to-Rent(BTR) 자본을 투입하는 글로벌 자본 시장의 각축지.
현금흐름
고소득 전문직을 타겟으로 하는 고단가 월세 구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운영 최적화와 장기적 자산 가치 상승을 함께 추구한다.
시장특성
주거 부담 능력(Affordability)과 투자 수익성 간의 긴장. 자본 유입이 늘어날수록 공급이 늘지만 가격도 함께 오르는 구조.

Source · Remarble 자체 분석 프레임 [21]

이 네 장면이 APAC Living의 전부는 아니지만, 각 시장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자본이 어떤 자리에 설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제 각 시장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도쿄

디벨로퍼 주도 · UES 29

도쿄 Living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이렇다. "부동산 디벨로퍼가 자본을 쥐고 굴리는 시장." Mitsui Fudosan, Mitsubishi Estate, Tokyu Land 같은 대형 디벨로퍼들이 자산을 개발하고, J-REIT을 통해 기관 자본을 유동화하며, 계열 운영사가 장기 관리까지 맡는다. 개발-보유-운영이 하나의 자본 사이클 안에서 연결된, APAC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구조다.21

현금흐름의 논리도 이 구조에서 나온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월세를 바닥에 깔고,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 속에서 차입비용과 캡레이트 사이의 스프레드를 끌어올린다. 운영관리의 효율성이 수익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Savills IM의 2026 APAC Living 전망 보고서가 기록하듯, 도쿄·오사카·나고야의 공실률은 지난 10년 넘게 3% 부근에서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16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엔화 급락—어떤 거시 사이클에서도 이 숫자는 제자리를 지켰다. 일본 멀티패밀리가 '인컴 앵커(income anchor)'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의 성격도 덩달아 분명해진다. 외곽의 자본은 소멸하고 도심의 자본 밀도는 더 높아지는 양극화 시장이다. 알론소 모형이 가장 교과서적으로 작동하는 무대가 도쿄다. JR 야마노테선 안쪽 23구의 멀티패밀리는 외곽 대비 20~35%의 지대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굳어 있고, 이 프리미엄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통근비용이 여전히 높고, 집적경제가 이어지며, 공급은 꿈쩍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2026년 도쿄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가 하나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다. 단기금리가 1%를 향하고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를 넘어서는 순간, 캡레이트 3~4%대에서 거래되는 멀티패밀리의 현금흐름 수익성이 눌린다. 특히 레버리지에 크게 기댄 밸류애드 전략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렇기에 도쿄에서의 전략은 또렷하다. 레버리지를 낮게 가져가고(LTV 45~55%), 자산을 길게 들고 가며, NOI 성장에 집중한다. 렌트 리버전—시세보다 낮게 묶여 있던 기존 임대료가 계약 갱신 시점에 시장가로 조정되는 효과—이 BOJ 정상화의 역풍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 임금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오히려 도쿄 멀티패밀리의 리버전 여력은 더 커진다.

도쿄 · 시장 구조 3축
디벨로퍼
자산 배분
J-REIT · 대형 부동산 법인
스프레드
현금흐름
저금리 차 극대화 · 운영 효율
양극화
시장 특성
도심 자본 밀도 강화
3.5-4.0%
도쿄 23구 Cap Rate
Core IRR 5-7%

서울

사금융 주도 · 월세화 전환 · UES 25

서울 Living 시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세'를 이해해야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 제도는, 겉보기엔 임대차 계약이지만 그 본질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대한 무이자 사금융 네트워크다. 임차인이 수억 원을 집주인에게 2년간 맡기고, 집주인은 이 '무이자 대출'을 레버리지로 다음 집을 사들인다. 서울 주거시장의 자본은 오랫동안 이 구조 안에서 움직여왔다.21

그래서 서울의 자산 배분을 주도해온 것은 기관이 아니라 개인 자본, 이른바 갭투자자였다. 정부는 '공공임대'와 '역세권 시프트' 같은 정책 도구로 민간 자본의 흐름을 특정 노드로 유도해왔지만, 게임의 판 자체를 개인 자본의 손에서 기관 자본의 손으로 옮겨놓지는 못했다. 그 결과 서울 인구 9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대로 살지만,3 이 거대한 임차인 풀을 겨냥한 기관급 전문 관리 멀티패밀리 재고는 전체 주택의 0.3%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영국·일본이 5~1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 자체가 곧 기회의 크기다.

현금흐름의 논리도 이 사금융 구조에서 나왔다. '보증금'이라는 무이자 대출로 자본을 조달하다 보니, 서울 주거 자산의 투자 논리는 월세 현금흐름이 아니라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극단적으로 기울어 있었다. 시세 상승이 곧 수익이었고, 운영의 효율성은 부차적 문제였다. 그러나 2022년을 분기점으로 이 체질이 바뀌는 중이다.

'전세에서 운영으로(From Jeonse to Operations).' 최근 3년간 서울 임대시장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전세 사기의 급증, 고금리로 역전된 전세 수익 구조, 그리고 임차인의 월세 선호가 동시에 겹치면서 시장은 현금흐름 중심 모델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파편화된 개인 임대의 비효율이 드러나고, '전문 운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오퍼레이터가 관리하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의 성과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21

그런데 바로 이 전환의 창이 열리는 순간, 또 다른 벽이 솟아올랐다. 서울 시장은 정책(금리·임대차법)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극도로 높은 시장이다. 최근 수년 사이 토지가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고, 공사비는 2020년 대비 30~50% 뛰었다. 법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무겁게 누르는 취득세 중과, 보유세, 양도세 부담이 겹치며 민간임대 사업자 혜택은 점진적으로 축소됐다. 그 결과 국내 기관들은 평판 리스크(residential rent에 대한 정치적 부담)와 강한 리스크 회피 성향까지 더해지며 주거 섹터 노출을 사실상 동결했다. 민간의 시장 진입이 제도적으로 막혀버린 상태, 이것이 2026년 서울이다.

서울 · 시장 구조 3축
개인 자본
자산 배분
갭투자 + 공공 유도 정책
Capital Gain
현금흐름
보증금 기반 → 월세 전환 중
고민감도
시장 특성
정책·금리·세제에 취약
동결 → 공백
민간 진입
국내 기관 회피 · 글로벌 선점

BTR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밸류애드(Value-add)와 컨버전(Conversion)이 실질적 진입 경로로 부상했다. 신축 대신 기존 건물—노후 오피스, 호텔, 고시원·생활숙박시설—을 매입해 기관급 코리빙·PBSA·서비스드 아파트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건설비 상승이 그린필드의 경제성을 깎아내리자, 기존 자산의 재활용이 가장 매력적인 진입 경로가 됐다.

글로벌 운영자의 존재감도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2025년 7월 Greystar가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고,8 한 달 뒤에는 The Living Company가 마곡에 법인을 차렸다.9 KKR, Hines, Morgan Stanley도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타진 중이다. 이들의 공통된 계산은 하나다. 국내 기관이 비워둔 자리에서 기관 공백 선점(Institutional Pre-emption)을 노린다. 그린필드 BTR이 아닌 기존 자산 리포지셔닝으로 서울의 핵심 입지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눈여겨볼 하위섹터는 세 가지다. 첫째, 코리빙. Aberdeen Investments의 분석에 따르면 제도화된 한국 BTR 시장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유형인 '청년주택'보다 코리빙이 더 나은 투자처로 꼽힌다.17 서울에서 최근 선보인 코리빙 프로젝트들은 높은 점유율과 시세 대비 20% 프리미엄을 거두고 있다. 둘째, PBSA. 대학별 기숙사 수용률이 20% 수준에 그치고 20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 대다수가 개별 원룸에 흩어져 산다. 신촌·관악·성북·안암 일대에서 기존 숙박·업무시설을 학생 주거로 컨버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셋째, 시니어 리빙.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산 규모와 독립생활 선호를 감안하면, 독립거주와 액티브 어덜트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니치 섹터 · 2026 투자 포인트
4.0-5.0%
서울 코리빙 Cap Rate
+3-5%
임대료 성장률
+20%
기관 운영 프리미엄
13-17%
밸류애드 Target IRR

정리하면 이렇다. 서울 Living의 구조적 매력은 또렷하다—Tier 1 아시아 도시의 안정적 수익 잠재력, 낡은 도시 자산의 서비스 현대화 기회, 1인 가구 증가가 떠받치는 장기 수요. 그러나 전세라는 사금융 구조 위에 세워진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환기에, 정책과 세제의 벽이 민간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 공백에서 이기는 자본은 'BTR 신축'이 아니라 '기존 자산 재편'이라는 우회로를 먼저 받아들인 자본이다.

싱가포르

공공 주도 · UES 25

싱가포르는 APAC에서 가장 특수한 Living 시장이다. 자본의 주인이 기관도 디벨로퍼도 개인도 아닌, 국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국가개발부(MND)와 주택개발청(HDB)이 토지 공급부터 자금 조달까지 한 손에 쥐고 있고, 이 자본을 '사회적 안정'이라는 목표에 최우선으로 배치한다. 시장의 80%가 HDB 공공주택으로 구성된 것은 결과이자 설계다.21

현금흐름의 논리도 여느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싱가포르 주거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자산 소유의 대중화'를 통한 국가 전체의 자본 건전성 확보다. 거주자는 적정 비용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국가는 중앙적립펀드(CPF)를 축으로 지속 가능한 관리비용 체계를 유지한다. 개별 투자자의 월세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자산 분배와 유동성 관리가 설계의 출발점이다.

싱가포르 주택의 또 다른 특이점은 소유권의 성격이다. HDB는 99년 토지임대부 구조로 공급되며, 이론적으로 99년이 만료되는 시점에 부동산의 가치는 0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조적 전제일 뿐, 현실의 HDB 시장은 활발한 2차 매도 시장(Resale Market)을 갖춘 자산 증식 수단이다. 최초 정부 분양가(BTO)로 저렴하게 취득한 주택이 5년 의무보유 기간(MOP) 이후 리세일 시장에서 시세대로 거래되며, 실제로 지난 5년간 HDB 리세일 가격지수는 40% 넘게 올랐다. 여기에 정부는 토지임대 연장(Lease Buyback), 재개발(SERS·VERS) 등 다양한 경로로 사용권 연장과 재생 기회를 제공한다. 바꿔 말하면 싱가포르 주택은 확정적으로 소멸하는 사용권 위에, 정책·도시 이벤트 옵션과 2차 시장 거래가치가 겹쳐진 복합 금융상품에 가깝다. 전통적 부동산 자산과는 현금흐름의 문법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 시장 구조 3축
국가
자산 배분
MND · HDB · CPF 체계
사회적 안정
현금흐름
자산 소유 대중화 · OpEx 관리
소멸 옵션
시장 특성
99년 임대권 · 정책 연계
민간 Living
투자 접근
외국인·전문직 프리미엄 세그먼트

기관 투자자에게 싱가포르의 의미는 제한적이면서도 분명하다. 민간 임대 세그먼트는 전체 재고의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전문직과 외국 거주자 커뮤니티에 기댄 프리미엄 서비스드 아파트 수요는 꾸준하다. 2026년 차입비용이 200~250bp가량 낮아지면서 거래가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시장은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안정 스토리다. 싱가포르 Living 노출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다른 시장의 성장 알파를 받쳐주는 보완적 인컴 앵커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호주

글로벌 자본 경쟁 · UES 23

시드니의 BTR 시장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본의 국적이다. 글로벌 IB와 해외 연기금이 Build-to-Rent(BTR) 자본을 쏟아붓는, APAC에서 가장 치열한 글로벌 자본 각축지가 호주다.21 Mirvac, Frasers, Greystar Australia, GURNER 같은 현지 운영자 플랫폼 위에서 KKR, Blackstone, CBRE IM, GIC, CPPIB가 동시에 포지션을 쌓아 올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틈새로 분류되던 BTR이 지금은 기관 코어 자산군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힌 배경이다.

현금흐름의 논리는 선명하다. 고소득 전문직을 겨냥한 고단가 월세 구조 위에서, 규모의 경제로 운영을 최적화하고 장기적 자산가치 상승을 함께 노린다. 이민이 이 구조를 떠받친다. 시드니는 APAC에서 순이민 유입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매년 20만 명 규모의 신규 인구가 꾸준히 밀려든다. 마셜이 말한 집적경제 효과가 금융·기술·교육 산업에서 강하게 작동하면서, 임대 수요는 매년 공급을 앞질러 간다. 시드니 CBD의 공실률은 2025년 말 기준 1.5~2.0% 수준—통계적으로는 사실상 '만실'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도쿄·서울과 대비되는 공간 구조다. 호주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와 잘 짜인 도로망 덕분에 알론소 모형의 통근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 CBD 프리미엄이 극단적으로 벌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결국 교외(suburban) BTR의 경제성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시드니 서부와 멜버른 북부의 BTR 프로젝트들은 도심 BTR과 대등한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을 보여준다.

다만 호주 시장에는 근본적인 긴장이 하나 깔려 있다. 주거 부담 능력(Affordability)과 투자 수익성 사이의 긴장이다. 글로벌 자본 유입이 늘어날수록 공급이 늘지만, 가격도 함께 오른다. 사회적으로는 임대료 상승이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정부는 세제와 규제로 자본의 수익성을 조절하려 든다. 2026년 호주에서 가장 큰 변수가 5월 연방예산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HSF Kramer의 분석에 따르면 현 정부는 BTR 촉진 정책(토지세·원천징수세 완화)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18 관리투자신탁(MIT) 과세 체계나 외국인 과징금 제도의 손질이 투자자 신뢰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책 한 번에 투자 파이프라인이 수개월씩 얼어붙을 수 있는 시장—이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호주 · 시장 구조 3축
글로벌 기관
자산 배분
IB · 연기금 · 현지 운영자 JV
고단가 월세
현금흐름
전문직 타깃 · 규모의 경제
긴장 구조
시장 특성
Affordability vs. 수익성
4.75-5.25%
시드니 BTR Cap Rate
Core+ IRR 10-13%

호주에서의 전략은 '운영자 중심'이다. 검증된 플랫폼과의 합작투자(JV)나 LP 참여가 기본이며, 자체 개발은 건설비가 뛰면서 정부 인센티브 없이는 셈이 맞지 않는다. PBSA는 호주 Living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하위섹터로, 국제학생 수요 회복과 구조적 공급 부족이 맞물려 임대료 5~7% 성장이 예상된다.

그 밖의 시장

Selective · UES 17-21

홍콩은 오랜 침체를 지나 초기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PwC-ULI의 〈Emerging Trends APAC 2026〉에서 투자 매력도 순위가 전년 대비 아홉 계단이나 뛰어올라 10위에 올랐다.19 APAC에서 가장 극단적인 공급 비탄력성(ε_s 0.1~0.3)이 임대료의 구조적 상방 압력을 만들지만, 이것은 동시에 주거비 부담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낳기도 한다. JLL은 홍콩 PBSA를 2026년 유망 자산으로 꼽는다.1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중국 본토와 국제학생이라는 수요가 명확한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시장이다. 정부가 2017년 이후 수백 개 부지를 임대주택 전용으로 지정하며 20만 호 넘는 멀티패밀리를 공급해왔고, 이 대규모 공공 공급이 민간 기관의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짓누른다. 공급 탄력성 0.8~1.2는 APAC에서 가장 높은 축이다. 거래는 주로 국내 자본이 이끌고, 외국인 기관의 대규모 신규 진입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인도는 성장의 초입에 서 있다. 인구와 경제 성장률이 APAC 최상위권이며, Colliers의 〈2026 Global Investor Outlook〉에서 투자자 선호도가 가장 빠르게 오르는 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2 다만 기관 Living 시장은 여전히 PBSA와 프리미엄 서비스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초기 단계다. 장기 노출은 검토할 만하되, 2026~2027년의 배분 비중은 선별적으로 가져가는 편이 안전하다.

FIGURE 04 · RECOMMENDED ALLOCATION

결국 포트폴리오는 배분의 문제다

글로벌 Living 관점에서 APAC 비중을 기존 15~20%에서 20~30%로 끌어올릴 것을 권한다. APAC 안에서의 배분은 '듀얼 듀레이션(Dual-Duration)' 원칙을 따른다. 안정적 인컴 앵커와 성장 알파를 함께 가져간다는 뜻이다.

일본 45%, 호주 22%, 한국 18%, 기타 15%.
일본
Tokyo · Osaka · Nagoya
45%
호주
Sydney · Melbourne
22%
한국
Seoul Co-living · PBSA
18%
기타
Singapore · HK · India
15%

일본이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운 45%를 차지하는 것은 방어적 보수에서 나온 선택이 아니다. 안정적 인컴이 받쳐줘야 한국과 호주의 성장 알파를 긴 호흡으로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듀얼 듀레이션은 헤지(hedge)가 아니라 구조(architecture)다.

Source · 저자 권고안. PGIM · LaSalle · PwC-ULI의 APAC 배분 가이드라인을 참조 [6, 19, 20]

전략 · THE PLAYBOOK

자본의 성격이 진입점을 정한다

모든 투자자가 같은 자리에 설 수는 없다. 자본의 만기, 리스크 허용도, 운영 역량이 결국 전략을 가른다.

APAC Living 섹터는 같은 테마 안에서도 코어(Core)부터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까지 네 가지 전략 스펙트럼이 모두 열려 있다. 자본의 성격에 따라 들어설 자리가 달라진다.

연기금이나 보험사처럼 장기 안정 인컴이 목표인 자본은 코어 전략으로 일본·싱가포르의 도심 멀티패밀리를 겨냥한다. 레버리지를 낮게 유지하고(LTV 40~50%) 10년 이상 보유하며, 타깃 IRR 5~7%를 노린다. 사실상 채권 대체재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자산운용사들의 균형 전략은 '코어 플러스(Core+)'로 정리된다. 호주 BTR 플랫폼과 일본 2선 도시 멀티패밀리, 호주 PBSA가 주된 대상이다. LTV 50~60%, 7~10년 홀드, 타깃 IRR 7~10%. 안정적 인컴 위에 적절한 성장을 얹는 구조다.

'밸류애드(Value-Add)' 전략은 운영 역량을 가진 자본의 영역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그린필드 BTR이 토지가·공사비·규제의 삼중 압박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에, 기존 자산을 매입해 기관급 코리빙·PBSA·서비스드 아파트로 바꾸는 컨버전(Conversion)이 실질적 주력 전략이다. 호주에서는 리포지셔닝과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통한 NOI 제고가 병행된다. 타깃 IRR 12~15%가 현실적인 기대치다.

마지막으로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전략은 한국과 홍콩의 기관 공백을 정조준한다. 서울에서는 국내 기관이 비워둔 자리에서 글로벌 LP가 핵심 입지의 코리빙·시니어 플랫폼을 먼저 확보하는 'Institutional Pre-emption'이 핵심이다. 타깃 IRR 17~22%에 3~5년의 짧은 홀드를 전제로 한다. 실행 역량이 성패를 가르는 영역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운영자·디벨로퍼와의 파트너십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략 시장 · 섹터 Target IRR LTV Hold
Core
채권을 대체하는 인컴
일본·싱가포르
도심 멀티패밀리
5-7% 40-50% 10y+
Core Plus
인컴과 성장의 균형
호주·일본 2선 도시
멀티패밀리 · PBSA
7-10% 50-60% 7-10y
Value-Add
운영 역량으로 승부
서울·호주
컨버전 · 리포지셔닝
12-15% 55-65% 5-7y
Opportunistic
기관 공백 선점
서울·홍콩
코리빙 · 시니어 플랫폼
17-22% 60-70% 3-5y
리스크 · WHAT COULD GO WRONG

좋은 전망은 빗나갈 자리도 일러준다

구조적 전망이 아무리 탄탄해도, 시나리오가 어긋날 수 있는 지점을 짚어두지 않는 분석은 반쪽짜리다. 어디서 틀릴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적어둔다.

거시 리스크

통화정책 분절화BOJ의 정책금리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일본 자산가격은 재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10년물 수익률이 2.5%를 넘어서는 순간 캡레이트가 50~100bp 벌어질 수 있다. 일본 익스포저가 큰 포트폴리오에는 가장 큰 리스크다.

지정학적 긴장대만해협이나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APAC 전반의 외국인 자본 유입이 얼어붙는다. 최근 중동 분쟁만으로도 APAC 크로스보더 자본에 일부 변동성이 나타났다. 구조적 리스크라기보다 진입 시점(timing)의 리스크에 가깝다.

미국 관세의 2차 효과대중 관세 확대가 APAC 수출 산업에 충격을 주면 지역 고용이 둔화되고, Living 섹터의 임차 수요도 약해진다.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책 리스크

호주 5월 연방예산안BTR 세제 개편이 현실화되면 개발 파이프라인이 수개월씩 멈춰 선다. 관리투자신탁(MIT) 세율이나 외국인 과징금 규정이 손질되면 언더라이팅이 하룻밤 사이 뒤집힐 수 있다.

한국 규제·세제 레이어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이 기관의 수익률 예측을 흐리는 가운데, 법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세 중과와 보유세·양도세 부담이 신규 진입의 경제성을 구조적으로 누른다. 민간임대 사업자 혜택도 점진적으로 축소돼왔다. 밸류애드·컨버전으로 우회할 수는 있지만, 정치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은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 정부 공급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민간 멀티패밀리의 수익률을 짓누른다. 중국 Living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정책 목적에 종속된 시장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운영 리스크

건설비 인플레이션APAC 주요 도시의 건설비는 2020년 대비 30~50% 뛰어올랐다. 특히 서울은 토지가가 이미 역사적 고점에 있어 그린필드 BTR의 IRR이 마이너스에 수렴한다. 정부 인센티브나 토지 보조 없이는 신축의 수지를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한 국면이다.

운영 인력 부족고령화로 시설관리와 주거 서비스에 투입할 인력 공급이 빠듯해진다. 시니어 리빙에서는 이것이 치명적 변수다. 입지 선정보다 운영자 선정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SG 규제 확산유럽 기준의 ESG 규제가 APAC으로 번지면서 기존 자산의 자본지출(CapEx) 부담이 커진다. 특히 일본과 호주의 노후 자산에서는 저탄소 리노베이션 비용이 빠르게 쌓일 수 있다. 다만 이 비용은 장기적으로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과 연기금·소버린 자본 유치 요건으로 전환된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자산은 임대료·가치 양면에서 우위를 확보한다.

이 리스크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섹터의 구조적 전망이 통째로 뒤집히지는 않는다. 다만 각각은 특정 전략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갉아먹을 수 있다. 한국 밸류애드·컨버전 전략은 규제와 세제에 민감하고, 코어 전략은 금리에 민감하며, 오퍼튜니스틱은 운영 리스크에 취약하다. 전략마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것이야말로 포트폴리오 분산의 진짜 이유다.

THE BOTTOM LINE

APAC Living은 2026년,
'신흥'에서 '핵심'으로 옮겨 앉는다.
이제 알파는 시장 선택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자본 구조와 실행 역량의 조합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

— APRIL 2026
REFERENCES

Notes & Sources

  1. 기관 리포트JLL, Global Real Estate Perspective: Investor Outlook 2026 (2026년 1월). APAC 게이트웨이 도시별 Living 섹터 수급·임대료·자본시장 동향을 담은 분기 리포트.
  2. 기관 리포트Colliers, 2026 Global Investor Outlook: APAC Living Sector (2026년 1월). APAC 자본 모집 규모 증가율(+130%)과 크로스보더 비중(33%) 수치의 원 출처.
  3. 기관 리서치M&G Investments, APAC Living Sector Research Note: Korea Market Entry (2025년). 서울 임차인 비율 및 한국 기관 Multifamily 재고 비중(<0.3%) 분석.
  4. 기업 공시Blackstone, 2026 투자자 공시 자료 및 연간 포트폴리오 구성 공표 (2026년). 주거 섹터 27% 배분 명시.
  5. 기관 리포트Hines, Cleared for Takeoff: 2026 Global Real Estate Outlook (2026년). 선진국 가구의 80%가 구매보다 임대로 기울었다는 분석 및 2026 최선호 섹터로 Living 지목.
  6. 기관 리포트PGIM Real Estate, 2026 Best Ideas: Global Living — Tapping into Structural Growth (2026년).
  7. 정부 통계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1인 가구 통계 (2015, 2023) 및 「장래가구추계」 (2050년까지 전망). 한국 수위도시 통계는 통계청·한국은행 지역경제 자료 참조.
  8. 업계 보도Greystar Real Estate Partners, 서울 사무소 개소 발표 (2025년 7월). 연관 업계 보도 및 Mingtiandi, PERE Asia 취재 기사.
  9. 기업 공시The Living Company, 한국 법인(The Living Company Korea) 설립 공시 (2025년 8월). 마곡 소재 법인 등기.
  10. 학술서William Alonso, Location and Land Use: Toward a General Theory of Land Rent (Harvard University Press, 1964). 지대입찰 모형의 시초.
  11. 학술서Alfred Marshall, Principles of Economics (Macmillan, 1890). Book IV, Chapter X에서 산업 집적과 생산성에 관한 고전적 논의 제시.
  12. 학술논문A. Ciccone & R. Hall, "Productivity and the Density of Economic Activity," American Economic Review 86(1), 1996, pp. 54-70. 집적경제의 생산성 탄력성 실증 연구.
  13. 학술논문E. Glaeser & J. Gyourko, "The Economic Implications of Housing Suppl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2(1), 2018, pp. 3-30.
  14. 학술논문Charles M. Tiebout, "A Pure Theory of Local Expenditur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64(5), 1956, pp. 416-424. 'Voting with feet' 개념의 원전.
  15. 정부 통계국토교통부 및 한국리츠협회, REIT 현황 통계 (2024~2025년). 법인세율 16% 개정은 2024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 및 세법 개정 반영.
  16. 기관 리포트Savills Investment Management, APAC Living Sector Outlook 2026 (2026년). 도쿄·오사카·나고야 10년 공실률 추이 분석.
  17. 기관 리서치Aberdeen Investments (abrdn), Korea Institutional BTR Market Analysis (2025년). 코리빙 대 청년주택 투자 비교 및 기관 진입 전략 보고.
  18. 법무·세무 자문Herbert Smith Freehills Kramer, Australia Real Estate 2026 Outlook: Federal Budget & BTR Tax Environment (2026년). 5월 연방예산안 시나리오 분석.
  19. 기관 리포트PwC & Urban Land Institute, Emerging Trends in Real Estate® Asia Pacific 2026 (2026년). 투자 매력도 랭킹, 도시별 투자자 서베이.
  20. 기관 리포트CBRE, Cushman & Wakefield, Newmark, LaSalle, Nuveen, Brookfield, MetLife Investment Management, Morgan Stanley, Goldman Sachs, Deloitte, KPMG의 2025~2026년 APAC Real Estate Outlook 및 Living Sector 관련 분기 리포트. UES 지표 산정 및 권장 배분 가이드라인의 보조 근거.
  21. 프롭테크 인텔리전스Remarble, APAC Real Estate Intelligence: Seoul Institutional Living Asset Map (2025~2026년). 서울 전역의 기관화된 Living 자산 매핑, 미시 시장(중구·동대문구 등) 거래·수급·인구 동향 분석의 주 출처.